게시판
      
상위분류 : 잡필방 중위분류 : 뜰에 홑 하위분류 : 한바위골에서
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25-07-10 조회수 : 235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269

한바위 골에서 269

 

== 한열이 아들 결혼식 있다기에 ==

 

여물 먹이던 한열이

오늘은 말끔한 정장

흰 머리칼 곱게 넘기고

모여드는 친구 손잡고

등 쓰다듬는 모습이

아들 장가보낸다기에 찾은

난 한없이 부럽다.

 

아들 없어 며느리는 가당치 않아

고운 며느리가 부러워 바라보다

이젠 가득 주름이 내리고

흰머리엔 세월이 내려앉은 고향에 내 친구들

마냥 손을 붙들고 한참을 흔들었는데

그 반가움은 그대로인데

왜 이리

모습은 저리도 변해가는지?

 

여전히

점잖은 영배

혼자서 아릿하게 손짓하더니

어떤 친구도 없이 혼자서 왔더란다

함께 하자고 같이 가자고

메아리처럼 손짓하던 영배

난 멀리서 바라만 보았는데

뭇 친구들은 어디 두고

달랑 혼자만 왔을까?

 

부산한 결혼식장에 도시를 지나

다시 찾은 고향

여전히 아무도 없어

홀로 외로운 물만 가득하다.

멍하니 바라본 그곳

유년에 땅

정겨울 것 같은 저곳엔

여전히 퍼런 물결만 철렁거려서일까?

왜 그리도 낯설어지는지?

 

대충 선산에 버릇처럼 절을 하고

기억산을 정원으로 꾸며놓고

제암산을 뒷산으로 만들어 지은 동하네 집

60년 넘어도 친구들

고향에 친구들이

맛깔나는 염소 요리를 권하는데

즐기지 않는 난

사양해야 하는 난

어찌나 미안턴지!

 

고향에서 농사짓던 신철이

이제는 목포 어디에 정붙여 산다는데

30년도 더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수줍은 듯

그저 빙그레 웃기만 한다.

 

이래저래 바쁜 난

재방이 동화, 경수, 병석이

푹 내려놓고 이야기나 했으면 하고

가슴에 담아두었는데

찾을 날만 기약하고

돌아서 왔다.

또 스치듯 그렇게 돌아온 것이다.

여전히 친구들은 그곳에 있는데

난 갔다가는 그냥 돌아온 거다.

그리고 또 겨운 추억이 몰아쳐 오면

또 그곳으로 가고

그리고 또 스쳐 돌아올 것이다.

 

태훈이는 언제 보아도

특이하게도 정겨운 눈빛으로 말을 한다.

재촉하듯 어디 오느냐며

기다리던 태훈이

지나치다 싶게 반기는데도

언제나 무덤덤하게 손 내미는 난

꼭 한번 찾아가서 술이라도 해야지 하고

마음만 간절한데

아직도 그걸 못해 어찌나 미안턴지!

 

전남이도 기순이도

뒤목 부분을 면도로 밀어서

그 짧던 단발머리

어린 소녀는 아니어도

여전히 고운 모습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잔주름이야 그렇더라도

그 옛날 추억 소녀

그 모습이 있어

난 또 그곳에 가고 싶다.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