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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24-12-17 | 조회수 : 471 |
한바위 골에서 239
<추억>
1.
언제였던가?
40년 전
검은 밤 바다
파도치는 고통스런 바다
그렇게 깊은 밤이었다.
남해 어디쯤 망망한 바다를 달리던 여객선
목포행 가야호!
모두가 객실에서 신음하던 그 밤에
난 홀로 뱃머리로 나섰다.
희미한 불빛과 무서운 밤바다에 흰 파도
아무도 없는 넘실거리는 뱃머리에
어느 여인은
긴 머리칼을 휘날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용기 없는 난
난 그냥 그렇게 바라보았더랬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연 있어 홀로 서 있었을 것 같은 그녀
그녀는 뱃멀미 중이란 걸
몇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은 난
그녀에게 건넨 준 꿀물
서울 가는 아들
어머니께서 타서 환타병에 담에 준 거다.
대학 등록금 땜에 찾은 집
머하러 왔는지!
속 훤히 보이는 아들!
말도 못 꺼내는 아들!
그런 아들 눈 마주칠까!
머~언 산만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그 꿀물을
도란도란 긴 이야기 속
목포행 가야호
결국
파도로 진도 벽파진에서
모두 내렸더랬다.
그 춥고 긴 새벽이 지나도
도무지 오지 않는 해남 가는 배
그러고도 해남 가는 배는
오후 1시란다.
여전히 긴 머리칼에 바바리 여인
선창가 멀고 먼 바다를 보며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했을까?
어디선가 과일 파는 할머니
그 과일이 무언지 기억도 없지만
어찌나 달던지
과육의 그 끈적임
고맙다고 그녀가 준 그 과육의 끈적임
40년이 넘었을 지금도
그 과일의 그 느낌은 여전한데
그녀는 그 후, 본 적이 없다.
저 만치 어디쯤 철새처럼 들었을 뿐
부둣가 선창가에 가면
그녀를 볼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섬에 갈거다.
그녀 그리고 그 과육의 느낌
끈적이는 추억 말이다.
혹시 모를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며
고파도 가는 여객선 선창가로 갈거다.
한바위 골에서 240
<추억>
2
공부만 하던 난
그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가 어디로 갔는지 나는 몰랐다.
그리고
10년이 지나고
그가 왔다, 귀신이나 되는 것처럼
마치
“조르바”나 되는 것처럼
그는 섬으로 갔더란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 등대지기로
고시 공부도
이미 합격해 놓은 7급도
그냥 섬으로 갔다.
그 섬에는
아무도 없어서
“조르바”처럼 뼈가 부러지도록
춤을 추었더라고
며칠째 고래고래 소리쳤더라고
그리고는
손가락 피나도록 기타를 쳤더라고
세상이 날 가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사각으로 가두어 버렸다고
나만 자유롭다고
그렇게 그는 섬에 있었단다.
10년을
그가 그 섬을 떠난 건
등대가 없어지고 나서야!
혼령처럼 내게로 와서
이틀 밤낮을
그 섬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어디론가 돌아간 그 날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연탄가스가
그리도 가고 싶다던
섬으로 데려갔다.
그가 남겨준 “조르바”!
“조르바”는
미래도 없고 과거도 없고
그저 현재만 있는 사람
지금에만 모든 걸어야 하는데
영원히 “조르바”가 될 수 없었던
그는
그는
한 여인을 잊지 못해
그렇게 섬에 갔다.
난 섬에 갈거다
그 친구의 뼈가 부러지도록 춤을 추던
그 무인도
으스러져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등대
그 등대가 있는
섬에 갈거다.
고파도에 가면
등대가 있을까?
그래서 난 섬에 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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