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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24-07-05 조회수 : 70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253 --영월 동강을 다녀와서--

한바위 골에서 253

 

바람 햇볕 하늘 강물

모두

내가 평소 알던 그대로여서

뭐 색다른 맛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평소 알던 그들과 함께였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밤이었나 보다.

 

비 오는 부산한 저녁이련만

모두가 그냥 먹고 마시며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니

되든 말든

뭐든 이야기가 길어지는 밤

그 이야기들을

난 방안 먼 곳에서 들었다.

 

장맛비는 오고, 밤이 깊어 한적한 시골

옥수수 잎마저 싫어서 몸을 흔들던 밤

고래고래 노랫소리 익어가고

누구는

밥이며 고기며 술이며

분주히 오가는데

난 한가히 눕는듯 앉아

주는 만찬을 즐기기만 했다.

 

박규식은 회장이라서 분주하고

한서희는 총무라서 열심이고

이태임은 총무라고 이곳저곳 분주히 오간다.

총무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인 김경수도 있다.

신윤섭, 이성현, 백종철, 정재환, 이준경

귀하디귀한 젊은이

귀한 젊은 사람을 마당쇠처럼 부리는데도

돌쇠인양 말이 없다.

 

대감마님도 아닌 내가

이리혀도 되는 건지?

도무지 이해될 수 없는 일

미안한 맘

깊어져 가는 밤이 가고

이른 아침인데도

몇몇 옹이라긴 설 이른 이들이 모여앉는데

한서희와 신윤섭이 와서 묻는다?

필요한 거 없냐고!

 

경치 좋은 영월

새벽부터 비가 온다.

새벽녘 어느 때까지

뭐 그리 나눌 정이 많아

밤 지새던 선남선녀는

걱정스럽게 이제 말이 없고

여전히 비만 오는데도

서둘러 다음 일정으로 가야 하는

근데 비가 그쳤다.

 

비 그친 장릉을 찾아

단종, 그 애처로운 사연을 들으며

처절하게 살다 간 삶과는 다르게

호화스러운 듯

왕의 무덤이라 하긴 초라한 듯

그 무덤을 뒤로하고

집으로 오는 내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인지

궁금했다.

청소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심부름도 하고

하는

뭐 그런 걱정

그냥 놀다 온 자의 미안함이

잡다한 생각과 함께

내 집으로 왔다.

 

고맙다

곰곰이 생각해도

그냥 지나쳐도

고맙다

그리고 즐거웠다.

 

--영월 동강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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