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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24-07-05 조회수 : 72
제 목 : 한바위 골에서(재동의) 250

한바위 골에서 250

 

== 재동의에서 ==

 

처음 시작은

모두 모여

온 마을에 사는 양

모이면 되는 줄 알았더랬다.

홀몸이니

으레 그랬으려니 했더랬다.

뭐 그냥 모이면 되려니 하고 말이다.

 

주렁주렁 아이도 매달리고

그래 저래 연줄에 연줄로

눈 팔일이 어디 한두 가지던가?

 

하는 일 매양 잘 풀려

사는 게 그저 그런 것이 라면이야 하면 될 터인데

그게 어디 그렇던가?

 

눈 돌려

이웃이라도 볼라치면

어디 가정사 편키만 하던가!

세상이 그럴진대

우리만 어디 비껴가던가?

 

내 핏줄

내 새끼니 뉘 보다 잘 되었으면 하지만

자식이 어디 맘대로야 되던가?

해도 해도 끝없는 일

내 버려두어도

가슴에 품어 안아도

저어만큼 가버리질 않던가?

 

머 하나 헐겁지 않던 세월은 흘러

이젠

무릎도 그저 그렇고

통증 없던 허리도 아우성이고

더디더디 걷는 걸음

왜 이리 숨은 차는지?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함께 왔더랬다.

별다른 탓도 없이 말이다.

놀랍도록

기적처럼

정말로

40년을 함께 해버렸다.

 

이제 우리는

함께 모여 앞으로 10년에 삶을 이야기한다.

허리 굽어 지팡이 의지하여 걸어야만

다시 모일 날을 생각하니

왠지

모를 듯 말 듯

흐릿해져 온다.

 

우리는

또 10년이

기적처럼 남아있고

그래서 아무 일 없이

또 모여들 터이고

그리곤

저 먼 어느 이야기들을

소중하게 꺼내

만지작거리며 웃을 것이다.

조무래기 적 아주 작은 추억

닳고 닳은 추억

그 추억을 말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또 모일거다.

다리에 힘이 다하고

머리엔 거스를 수 없어 꽃이 피고

허리마저 곧추세울 수 없어

주렁에 몸을 매달리더라도

기적처럼 모일게다.

 

맘이 고아서

곱디 고운 모습으로

보듬어 아름다운 사람들이

또 내년이면 모여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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