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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24-03-22 조회수 : 271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249

한바위 골에서 249

 

== 장모님 ==

 

해어름이면

동구박 어디쯤

혹여 뉘 올거나

이 아픈 다리

이래도 저래도 아픈 다리

홀로 보행기에 기대어 섰다 간

아무도 없어 헹한 대문 열고

간신히 들어선 방안

목터져라 외치는 텔레비전과

마주 앉은 장모님이

있으셨지요.

 

언제든

가기만 하면

“저 씨부럴 것”하다가도 빙그레 웃곤 하시었지요.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파 심고, 배추 심고

머 하나 줄 것 없나 찾던 분이었지요.

파 다듬고 계시던 분 말입니다.

 

그 젊어

무심히 가버린 사람

호강시켜 준다던

그 실없는 소리라도 들었으면 하고

밭이랑 옆 무덤이 있어 찾던 사람

하늘나라 가면 보려나

물끄러미 마냥

눈길이 머물던 사람

이제 우리 곁을 가셨으니

신혼이라도 되는 양, 정겨워

손잡고 있으실 겁니다.

 

혼자 가버려 힘든데

실음실음 앓던 자식

기어이 가버려

깊은 곳

가슴 품어 담고도

그렇게 모진 세월

그 긴 세월

머 그리 복 많아 사는지

오고 또 오는 자식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 목마름

이제는

하늘나라 어디쯤

그 자식 마주 보며

웃고 있으시겠지요.

 

아무도 없고

빈집 그 집에

지금도 또 가면

귀 어두운 텔레비전은 목 터져라 떠들고

대문 앞 언저리

그 보행기는 그대로 인데

파 다듬던 분은 어디 계실까요?

 

그래도

그 집에 가면

멋쩍게 웃고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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