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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22-10-11 | 조회수 : 2,049 |
한바위 골에서 239
<추억>
1.
언제였던가?
40년 전
검은 밤 바다
파도치는 고통스런 바다
그렇게 깊은 밤이었다.
남해 어디쯤 망망한 바다를 달리던 여객선
목포행 가야호!
모두가 객실에서 신음하던 그 밤에
난 홀로 뱃머리로 나섰다.
희미한 불빛과 무서운 밤바다에 흰 파도
아무도 없는 넘실거리는 뱃머리에
어느 여인은
긴 머리칼을 휘날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용기 없는 난
난 그냥 그렇게 바라보았더랬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연 있어 홀로 서 있었을 것 같은 그녀
그녀는 뱃멀미 중이란 걸
몇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은 난
그녀에게 건넨 준 꿀물
서울 가는 아들
어머니께서 타서 환타병에 담에 준 거다.
대학 등록금 땜에 찾은 집
머하러 왔는지!
속 훤히 보이는 아들!
말도 못 꺼내는 아들!
그런 아들 눈 마주칠까!
머~언 산만 바라보시던 어머니의 그 꿀물을
도란도란 긴 이야기 속
목포행 가야호
결국
파도로 진도 벽파진에서
모두 내렸더랬다.
그 춥고 긴 새벽이 지나도
도무지 오지 않는 해남 가는 배
그러고도 해남 가는 배는
오후 1시란다.
여전히 긴 머리칼에 바바리 여인
선창가 멀고 먼 바다를 보며
무슨 이야기를 얼마나 했을까?
어디선가 과일 파는 할머니
그 과일이 무언지 기억도 없지만
어찌나 달던지
과육의 그 끈적임
고맙다고 그녀가 준 그 과육의 끈적임
40년이 넘었을 지금도
그 과일의 그 느낌은 여전한데
그녀는 그 후, 본 적이 없다.
저 만치 어디쯤 철새처럼 들었을 뿐
부둣가 선창가에 가면
그녀를 볼 수 있을까?
그래서 난 섬에 갈거다.
그녀 그리고 그 과육의 느낌
끈적이는 추억 말이다.
혹시 모를 우연한 만남을 기다리며
고파도 가는 여객선 선창가로 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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