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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22-05-10 조회수 : 129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235

한바위 골에서 235

 

옻나무가 많았다 해서

옻밭골이란다.

오복리 멀리 끝자락 옻밭골엔

조무래기 고만고만 아이들이 넷이 있었다.


그때 언제쯤

인례 집앞 길가에 땅벌이 자리 잡았다.
그곳을 지나야 우리 집에 갈 수 있었는데

무서운 나머지 빨리 걸었다가는

그때 마다 어김없이 벌에 쏘였다.

 

사내아이 조무래기였던 나는

인례가 지나갈 때쯤

기다리다 막대로 살짝 건드리고 도망치면

마침 다가오는 인례를 행해

땅벌은 날아갔다.

그런 인례네 집 할머니는

일본 강점기 일본에 살았다 한다.

해방되는 해에 우리나라로 돌아오던 일을

어찌나 재미있게 들려주던지!

위아래 울타리로 나누어진 옆집에 인례였지만

5학년 어느 때 쯤

우리 집이 제주로 이사 간 후
40년도 더 지나서 인례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 많은 세월이 흘러

작고 소박하고 착하던
마음 속 소녀였던 인례를

어느 친구 상가 집에서 처음 보았다.

만나자는 약속도 없이 우연히 마주한 인례
그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중년 여인에 인례였다.
짧고 어수선한 상갓집에서였지만

여전히 착해 보이고, 수더분해 보였다.

지금도 내겐 소녀와 여인을 번갈아 혼란스럽지만

오늘 딸이 시집간다 했다.

 

되지도 않는 핑계 삼아 참석하지 못했다.

어느 자식이라고 아무 일 없이

자라는 자식이 어디 있으랴!

“잘 살라”고 사위 등 두드리고

“잘 살아야 해”라고 꼭 껴안았을 곱디고운 딸

아마도 서운하고 다행스러운

복잡한 마음이 스칠
인례야!

수고했고, 애썼다.

 

옻밭골 인례에게 편지를 쓴다.
아련한 초롱불 희미한 이야기 들려오는 늦은 밤에 시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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