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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20-07-27 조회수 : 3,538
제 목 : 노지방 2020-07-26

노지방 2020-07-26

 

○ 새로운 동대표 선출에 즈음하여

 

환경이 변했지요.

 

모두가 예상했었을 터이지만, 막상 그러지 말았으면 했던 상황이 그대로 우리에게 주어지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그분들이 그간 해왔던 일들을 되뇌어 보면 앞으로의 일들이 아득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분들은 동대표가 되자마자, 첫날 찾아와서 온갖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하나하나 지적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더욱 앞으로 일들이 심란하게 다가옵니다.

 

나이는 얼마 되지 않고, 또 사회적 위치도 우리와 그리 다르지 않으며, 공동주택에 관한 식견 또한 일반적 수준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분들의 말이나 행위가 쉽게 가당치 않다고 여기게 합니다.

 

무엇보다 의사결정 기관의 일원으로서 집행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것이며, 또한 그간 우리 나름대로 옳다고 여기고 지켜왔던 가치관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 같아 영 못마땅하지요.

 

이런 모든 조건이 나를 단순하게 만듭니다.

그럼 포기해야 하나, 아니면 되받아 내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나, 그도 아니면 그냥 주어진 환경이 무엇이든 순응하고 말아야 하나….

 

저는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원칙도 지켜야 합니다.
법도 규약도 지켜야 합니다.
효과성과 능률성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인간적 도리도 지켜야 합니다.

일하는 데 있어서 보람도 있어야 합니다.
일하고 정당한 대가도 받아야 합니다.

직원들 간에 우의(友誼)와 우애(友愛)도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존재해야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인 입주민의 불편도 해소해 주어야 합니다. 그게 무엇이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분들이 이전에 했던 일들은 잊도록 할 것입니다.


그간 어쩌다 한번 마주쳤던 경험이 전부였던 사람들이 동별대표자로 왔고, 어떤 공동주택에서나 마찬가지로, 경험도 식견도 없이 의욕만 앞세우던 사람들을 도왔던 그때 내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오직 본인의 생각만이 옳고, 관리사무소에서 무어라 하던, 그 생각에 맞지 않으면 틀리다 했던 그 경험,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이 명백하면 오히려 무안을 주거나 호통을 치던 그 경험,

그러다 안되면 대기업에서 있을법한 시스템을 주장하며 엉터리로 일한다 했던 그 경험은 잊으려고 합니다.

 

적어도 그분들이 좋은 의도로 말하거나 행위를 함에도 그 반대로 듣는 잘못이 없도록 해야 하지는 않을까요?
입주민의 처지에서 불편을 말하고 있음에도 자기의 불편을 일반화한다고 오해하지는 말아야 하지는 않을까요?

또 그게 오지랖이라고 하지는 말아야 하지는 않을까요?

 

또 그런 그간의 경험을 가슴에 담아 두고 있는 한, 나에게서 나올 반응은 옳은 것일까요?

 

그분들과 소통해야 하고, 설득하고, 설명하여야 하고, 옳은 정보를 제공하여야 함에도
그간 그랬으니 아마 진상이라고 먼저 비난하고, 외면하고, 피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그 경험들이 계속된다고 할지라도 한두 번은 아니 익숙해질 때까지는 해보기는 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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