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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20-07-16 | 조회수 : 3,785 |
한바위 골에서 227
봄이 갔으니 지금은 여름일게다.
시간의 흐름이 어김없으니 지금은 여름.
혼란스런 봄의 공포는
아직도 기세롭게
코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하지 말라는 엄혹한 충고는
지나는 알지 못하는 이
마스크로 가린 얼굴만큼이나 낯익은 터여서
이제쯤 또 문자 오겠지?
시답지 않은 목숨줄 같은 백신은
번죽거리다 사선을 넘고
이러거나 저러거나 거리를 맴돌아 집으로 가는 나는
혹시나 “열은 없겠지?” 하고
이러다 지쳐 잠만 자야 하는지?
맥 빠진 하루하루가 저물어
여름이 깊어만 간다.
늙은 부모는
여전히 소리 없이 모습만으로도 애절해서
간밤 무사 하시는지
건넨 전화 통화 속에서
너무나 멀어진 탓일까?
무어 할 말이 없어
주섬주섬 몇 마디 건네고서
핸드폰 내려놓았다.
살아온 삶이
왜 이리 후회스러운지!
어쩌다 재채기 한번
헛기침 몇 번으로도
체온계 들이대는 무심한 이웃 인심
무어라 했다가는 무뢰한(無賴漢) 되는 세상
저기 저 새라도 그럴까?
온통 마스크만 보이는 전철 안
아무도 몰라보니
그래서 “자유로운 여름이다!”라고
그냥 웃어야지 했다.
더불어 사는 거라서
그러니 이런 거라고
마스크로 코며 입이며 다 꼭 숨기고
살아야 하는 거리에서
기침하는 사람 만나면
움찔 놀라 뒤로 물러서며
자가격리에 세상을 져버리려 했다는
무용담(武勇談)을 생각했다.
부르기도 쓰기도 좋은
2020년이여!
빨리 보내버릴 수도 없고
내 60에 삶은 또 어쩌랴?
2020년 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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