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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20-03-31 | 조회수 : 5,179 |
한바위 골에서 225
봄은 왔는데
꽃도 피었는데
꽁꽁 얼어 비틀어 메마른 거리
오늘은
매양 옆에 있던 상큼한 여직원
사면의 유리창 속
자가 격리에 들고
옆집에 늙은 아낙
확진자라서 울어 울며
강 건너
산 넘어
영영 소식이 없네
저어편
바다 건너 저편엔
수 백년 한 번 있는 거라고
공황(恐惶)이 거리를 휩쓸어
시체를 넘는데
모두가
여전히 쇠창살에 몸을 맡기는 봄
혼자서 부르는 노래 흥도 없어
꾹꾹 참아야 한다
감미로운 입맞춤도
따스한 안김도
폭력인 봄이여
저기 시골에
구순의 어머니 애간장 태우는데
어쩌란 말인가?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오지 않는다
한창인 꽃
꽃잎마저 하나둘 품을 떠나는데
여전히
동창에 봄바람
소식이 없다
그래도
작년엔
봄비 맞으며 갔으니
창밖에 봄비가 오려나?
뜨거운 여름 오고
들꽃 피는 가을도 오겠지!
하얀 밤일지언정
이 밤이 지나면
마주 앉으리라
아~~!
지금은
그러나 지금은
아스라한 시간
귀 기울이며
뒤 돌아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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