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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20-03-31 조회수 : 4,727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225

한바위 골에서 225

 

봄은 왔는데

꽃도 피었는데

꽁꽁 얼어 비틀어 메마른 거리

오늘은

매양 옆에 있던 상큼한 여직원

사면의 유리창 속

자가 격리에 들고

옆집에 늙은 아낙

확진자라서 울어 울며

강 건너

산 넘어

영영 소식이 없네

 

저어편

바다 건너 저편엔

수 백년 한 번 있는 거라고

공황(恐惶)이 거리를 휩쓸어

시체를 넘는데

모두가

여전히 쇠창살에 몸을 맡기는 봄

혼자서 부르는 노래 흥도 없어

꾹꾹 참아야 한다

 

감미로운 입맞춤도

따스한 안김도

폭력인 봄이여

 

저기 시골에

구순의 어머니 애간장 태우는데

어쩌란 말인가?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오지 않는다

한창인 꽃

꽃잎마저 하나둘 품을 떠나는데

여전히

동창에 봄바람

소식이 없다

 

그래도

작년엔

봄비 맞으며 갔으니

창밖에 봄비가 오려나?

뜨거운 여름 오고

들꽃 피는 가을도 오겠지!

하얀 밤일지언정

이 밤이 지나면

마주 앉으리라

 

아~~!

지금은

그러나 지금은

아스라한 시간

귀 기울이며

뒤 돌아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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