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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9-04-11 | 조회수 : 4,704 |
한바위 골에서 221
시루바위 밑 붉게 물드리던
진달래가 그리워 찾은 강가에서
저만치 멀리서 바라본 그 진달래는
색깔이 없다.
진달래 같이 따먹던 옆집에 여자아이 영숙가
서울로 떠난 후 얼마인지
가물가물 희미해져
지워지듯 말이다.
예뻤는지 아니었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진달래 꺾어 귀에 꽂고
바구니에 꽃잎 따담아 무얼하려는지
가득 담은 진달래
장독대 옆 양지녘에 널어두고
담 너머 몰래 지켜보던 동진이 총각
애가 타던 말던 떠나버린 영숙이
서울로 갔는데
아직도 영숙이는
여전히 소식이 없고
영숙이를 기다리던 동진이 총각
언젠가는 누군가 올거라며
질기도록 시루바위 밑 오동뜰을 지켰는데
수몰지가 되어버린 장흥댐
허옇게 타버린 머리칼이 늘어져
눈앞을 가리는데도
한없는 눈물만 흘리며
수몰지 오동들을 등에 지고 목포로 간 동진이 총각이
어제밤 세상을 떠났단다.
아무도 없는 사월에 진달래
시루바위 밑 진달래는 찾을 용기도 없고
만만히 찾은 모락산 진달래는
왜 저리 약오르듯 활짝 피어버렸는지
동진이도 영영 가버려 없고
영숙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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