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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8-09-10 | 조회수 : 33,766 |
한바위골에서 217
-가을 오후 그리고 밤에-
푸르름에 애녹는 하늘
붉은 노을이 서편 산등을 짓눌러가고
소중했으리라 했던 나 삶에 의미가 하나 둘 빠져나가는데
눈길은 힘도 없고, 무게도 없이
내 책상과 노트 위를 맴돌아 갑니다.
저기 저편 여전히 노을과 이른 밤이 애녹이며 손짓하는데
하얀 밤 또 수 많은 별들이 만들어 놓은
갓 깃든 추억이
왜 이리 슬픈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걸까요?
할 일 없는 비구니도 인적없는 산길을 바삐 떠나는데
저 늦은 밤에 서늘한 바람이
까닭 없이 나를 설레게 합니다.
빈 들녘엔 아무도 없고 스스럼없이 어둠이 내리는데
또 나만 홀로 댕그란히 걷고 있습니다.
머 그리 중요하다고
주변을 흐트러 놓고
바삐 바삐 언덕을 오르고
언덕 위에선 또 홀로 임을 깨닫습니다.
홀로 맞이해야 함을 어두운 밤
두려운 밤이
외롭고 슬픈 밤이
차라리 너그러워집니다.
내일도
또 홀로 걷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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