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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8-09-10 조회수 : 33,364
제 목 : 한바위골에서 217

한바위골에서 217

 

-가을 오후 그리고 밤에-

 

푸르름에 애녹는 하늘

붉은 노을이 서편 산등을 짓눌러가고

소중했으리라 했던 나 삶에 의미가 하나 둘 빠져나가는데

눈길은 힘도 없고, 무게도 없이

내 책상과 노트 위를 맴돌아 갑니다.

저기 저편 여전히 노을과 이른 밤이 애녹이며 손짓하는데

하얀 밤 또 수 많은 별들이 만들어 놓은

갓 깃든 추억이

왜 이리 슬픈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걸까요?

할 일 없는 비구니도 인적없는 산길을 바삐 떠나는데

저 늦은 밤에 서늘한 바람이

까닭 없이 나를 설레게 합니다.

빈 들녘엔 아무도 없고 스스럼없이 어둠이 내리는데

또 나만 홀로 댕그란히 걷고 있습니다.

머 그리 중요하다고

주변을 흐트러 놓고

바삐 바삐 언덕을 오르고

언덕 위에선 또 홀로 임을 깨닫습니다.

홀로 맞이해야 함을 어두운 밤

두려운 밤이

외롭고 슬픈 밤이

차라리 너그러워집니다.

내일도

또 홀로 걷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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