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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7-12-22 조회수 : 4,422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216

한바위 골에서 216

 

엄동설한 매서운 추위가

산으로 둘러친 마을에 깃들어도

허름한 옷깃을 여미고

아이들은 강변으로 가지요.

누가 나오라 손짓하지 않았는데도

꾸역꾸역 모여든 아이들

내 딸같이 매 마른

강변에 쑥대를 꺾어 모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여 앉은 또래 아이들

되도 않는 실없는 소리에

낄낄거리다

뉘엿뉘엿 해가 산을 타고 넘을 때쯤

하나둘 흩어져 집으로 가지요.

아랫집 단발머리 계집애가

몰래 가져온 고구마

구수한 쇠죽 삶는 아궁이 불에 묻어두고

또 그 실없는 소리에 깔깔거리다

초저녁이 짙은 밤이 되면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성급히 집으로 가던 소녀

12살의 그 소녀에게

오늘

나는 또 실없는 문자를 보낸다.

실없이 카톡을 보낸다.

이젠 머리칼은 희고

목엔 감출 수 없는 주름이 파고드는

노년의 여인이련만

내겐 그때나 지금이나

12살 소녀

12살 이후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녀

단발머리 그 소녀에게

문자를

카톡을 보내고

빙그레 한 없이 웃는다.

헤멀건 미소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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