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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5-07-07 | 조회수 : 6,059 |
- 물이 옷 벗는 소리에 - =원희석=
벗어 던지는 소리라 했다 먼지가 나고 목마른,
푸석푸석한 당신의 골짜기에서 누가 옷을 활활 벗어 던지는 소리
안개가 밤새 꼬아 만든 젖은 물새알 하나
바위에 남기고 간 슬픈 빛깔의 소식 하나
갈비뼈 사이 숨어 두근대는 작고 연약한 허파꽈리의 신음소리까지도
모두 벗어 던지는 것이라 했다
활활 다시 벗어 던지고
미련 없이 혼자서 꼭 빈손으로 돌아서라고 했다
거기까지 가면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했다 물렁뼈까지
곰삭아져 물같이 날개도 없고
훈장도 없이
한 점 그대로 머무르는 생명,
한줄기 싱싱한 여름 소나기에 잠시 머무르는 이슬방울,
물의 내장 물의 뼈
물의 말간 피까지 투명함으로 살아 남으라 했다
알몸으로 남아 올라 떨어져 부서져도
온전히 홀로 옷 벗는 물이 발가벗겨져 부끄럽지 않은 하나의 흔적도 없는 물이 되어져라 했다 거기까지, 맨발로 가서, 빈
손으로 꼭 같이 돌아오자고 했다
--속까지 젖기 위해-- =원희석=
늘 푸른 나무에게서
한 그루 잘 마른 영혼의 늘 푸른 나무에게서
배우고 있습니다.
이슬 하나 만나서
함께 웃는 법
바람의 언어로 함께 사는 법
다 삭은 낙엽 하나로 춥지 않는 법 홀로 젖고 있습니다.
우리들 어리석은 욕심의 빗물 위에는 비춰지지 않습니다.
만지지 않아도
부르지 않아도 가
득히 느껴질 때
비로소 속까지 젖는 법
거기까지 물빛 상처로 가서
만나기가 어려운 법
우리는 세상일에 껍질만 젖는 작은 나무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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