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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4-07-06 조회수 : 3,075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94 -- 개망초

한바위 골에서 194

 

-- 개망초꽃

 

개천(開川)

사람 발길 드문 양지녁

개망초가 있습니다.

누가 아름답다 하는 사람도 없는데

뽑아도

뽑아도

노랗고 하얀 꽃을 피우지요.

 

망국(亡國)을 지키려고

전쟁에 나간 낭군을 기다리다

죽어간 아낙의 슬픈 전설처럼

숱하게 뽑히고 뜯기고

그리고 나서도

그 시련을 이겨낸 놈들만

꽃을 피워냅니다.
 

그저 잡초만 무성한 여름철

그래도 그 자리 지키고 있는

나라 망한 폐허 속에 망초(亡草)

그도 모자라 개망초라 하지요.

아무도 없는 허허 벌판

가물어 메마른 땅

어느 것 하나 없는 땅에도

오직

그들만 그 자리에

뽑혀지는 고통 속에서도

서둘러

슬그머니 꽃을 피우지요.

 

울분이면 울분이라도

굴욕이면 굴욕이라도

고통이면 고통이라도

그저 감당할 만큼만 주어지는 법

제 아무리 버려지고 뽑히고

짓밟히고 짓이겨져 만신창이라도

기어이

기어이

꽃을 피우지요.

 

장미꽃 피는 유월에서

국화 피는 가을까지

손가락질에 목이 비틀어져도

긴긴 세월

만신창이 몸으로라도

꽃피어 씨앗 맺어

봄을 기약하지요.

 

그 길고 모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5월이 되면 개망초는

누가 머라던

꽃을 피웁니다.

 

!

지랄 맞은 6월이여!

버려진 6월에 개망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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