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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4-06-10 조회수 : 3,835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93 -- 미나리꽃



한바위 골에서 193

  -- 미나리 꽃

분명

미나리는 꽃을 피옵니다.

 

뜯다가

뜯다가

남겨진 앙상한 가지에

예쁜 꽃을 피우지요.

누구는

미나리에 웬 꽃이냐고

미나리도 꽃이 피우느냐고

장미 꽃 핀 거리에선

그냥 무시합니다.

분명

미나리도 예뿐 꽃을 피우는데 말입니다.

 

연못에

미나리가 있지요.

장미꽃 피던 날

그래도

미나리 꽃이 핀다고

그도 꽃이라 예쁘다고

말했던 사람

그는

작은 연못에 갇힌 사람입니다.

 

아무리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몸부림쳐도

나올 수 없는

흰 사각에 갇힌 감옥 말입니다.

 

미나리처럼 내버려두면

새하얀

어여쁜 꽃을 피우는 사람이지만

갖가지 꽃에 취한 사람들

비틀어져 또아려보는 보는 사람들

짓밟히고 짓이겨진 미나리 꽃 처지엔

눈 돌려

그들만의 꽃에 취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그들도 다를지 않을 삶인데

 

오르지

연못을 떠날 수 없는 삶

제아무리 날뛰어본들

그 물에

그 하늘

항상 물결만 일렁일 뿐

그 물에

그 하늘입니다.

 

올 한해

!

그리고

내년

미나리 꽃 필까? 하고

쓰라린 가슴을 안고

저만치서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불꽃을 가슴에 안고서

 

기어이 웃을 랍니다.

그래도 웃을 랍니다.

하아~얀 미나리 꽃처럼 웃을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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