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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4-06-07 조회수 : 3,109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92

한바위 골에서 192

 

--초심--

 

장미 핀 오월입니다.

붉은색, 노란색, 흰색

아니 그 모두를 혼합해 놓은 장미꽃

너무나 화려해서

그만 주저앉을 것 같은

그 장미향에 취해서

그만 파아란 하늘도

그 아래 내 항상 보아오던

꽃들이 있다는 걸 잊었습니다.

 

이제 보니

오월이 오기 전

아기똥풀꽃, 제비꽃이 핀다는 걸

그리고도 여전히

때늦어 핀 아기똥풀꽃

한참이나 서성이며 피어있는 제비꽃이 있다는 걸

보는 이 없어

더더욱 진한 향기를 뿜는 쥐똥나무 꽃도 피어있는 걸,

뒤로한 체 걷고 있음을 몰랐습니다.

흐드러진 장미꽃 그늘

가시 돋친 장미가지 아래

향기 진한 쥐똥나무 꽃이

코 가까이 대면 맡을 수 있는 제비꽃 향을

나는 잠시 잊고 지낸 것입니다.

 

5월이 지나면

화려한 향도 꽃잎도 없이 앙상한 가시투성이란걸

그 화려하고 진한 향기 뒤에는

가시가 있다는 걸

그런데도

아기똥풀꽃, 제비꽃, 쥐똥나무꽃이

없다 착각했지요.

 

5월이 지나고 나면

가시에 찔린 상처만 남고

후회만 낭자한 5월 끝자락이란 걸

그래서 그래서

저 혼자 여전히 피어있는

향기 없는 꽃들을 상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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