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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4-05-21 조회수 : 3,171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91

한바위 골에서 191

 

--초심--

 

외딴섬 무인도에

등대가 있습니다.

 

등대는

오르지 한 가지 일만 합니다.

길 잃은 배

길을 인도하는 길잡이

그래서 등대는 그곳에 그대로

하염없이 서 있는 법이지요.

 

어느 날

무인도에 이런 저런 사람 오더니

등대는 변했지요.

오르지 한 가지 불빛으로 껌뻑이던 길잡이

그런 등대가

노랑 파랑 빨강

오색 불빛으로 치장하더니

길 잃은 배를 잊었지요.

 

멋도 없고

색깔도 없이

흰옷으로 난간에 홀로 서서

멀리 배만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야 등대지요.

오르지 한 가지 의미만으로 등대지요.

 

그러나

그러나

무인도에 사람이 옵니다.

외로워야 등대인데

잠시

잠시

길을 잃은 등대입니다.

 

그래도

등대는

혼자 외로이

배를 기다리는 등대이야 합니다.

 

등대가 되렵니다.

홀로 홀로

비바람이 불어도

태풍이 불어와도

오르지 배만 기다리는 눈빛으로

멋없는 불빛만 껌뻑이는

사람이 오건

자동차가 오던

저만치 외로이

등대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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