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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4-04-24 조회수 : 3,164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88

한바위 골에서 188

 

안개가 자욱합니다.

 

도시를 삼켜버린 안개

안개가 구석구석 스며들더니

그 꽈리까지도 모두 잠식해버린 것입니다.

그런 침잠한 도시에

아우성과 비명만 있습니다.

 

소의 눈망울처럼

두려움 가득한 눈에는

날개가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오늘은 더디고 내일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안개만 있지요.

 

잠시

희망이 조용히 내려앉았다가는

파도가 됩니다.

그런 허망한 명상이

아픔이 되고 슬픔이 됩니다.

 

스멀스멀 기어드는 안개처럼

징조가 됩니다.

한없이 하강하는 나를

어쩌란 말인가 하고 걷는

나의 형상에 소스라쳐

어깨를 추스릅니다.

 

!

터벅터벅 걷습니다.

안개 낀 막막한 거리를 걷습니다.

별다른

까닭도 없이

내려가는 어깨를 탓하며 걷습니다.

 

비록

안개 삼킴 거리지만

그래도 걸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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