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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4-02-10 조회수 : 3,297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85

한바위 골에서 185

 

눈이 오더니

세상을 뒤덮었지요.

온통

눈으로 대지를 바꾸어 놓았으니

멀리

저편이 보이리라 상상했습니다.

 

여기저기 빌딩들

탁 트인 대로(大路)

눈 오는 날에도 분명 그곳에 있었습니다.

무어라 건 그 속에서 숨 쉬고 일하고

그렇게 웃고 울고 한숨을 쉬고

나오려고 해도 그곳에 있지요.

 

눈 왔으니

세상이

모두 흰 것이라고

봄이 왔으니 모두 초록이라고

그래서 고통스럽지요.

아니 그래서 고통주지요.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그러니 웃자고 하지요.

열심히 말했으니

이제 체념할 일들만 있을 거라고

낭간에 매달린 것처럼

절절한 눈매로 바라본다고 한들

봄바람으로는

낙엽 하나 꽃잎 하나 떨어질 뿐이지요.

 

내게 꽃이 피었으니

내 가슴에 바람이 분다고

향기가 아닙니다.

꽃이 꽃이 아니라

싸늘한 고통이 될 수 있다는 걸

그게 네가 아니라

내게 비수가 될 수 있다는 걸

너무나 가벼워서

물방울에 흐트러짐으로도

통증으로 달려드는 밤입니다.

 

지금

눈이 오고 있으니

누군가는 첫 발자국을 남기고

새벽을 걸어갈 겁니다.

창밖을 보는 눈길엔

어느새

발자국이 보입니다.



201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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