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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4-01-21 | 조회수 : 3,255 |
한바위 골에서 184
지금 눈이 오고 있습니다.
순백의 하얀 눈이 세상을 덮고 있는 것 이지요.
검은 저 눈 쌓인 저 너머 세상을
씻어 내려는 듯 말입니다.
잘못된 내 가슴에 검은 세상마저도
씻어 줄 것 같은 눈이 내리는데
언덕으로 오르는 가슴 가득 근심만 쌓여갑니다.
무상(無想)하려고 그리도 다짐하건만
그간 쌓여 온 상념(想念)이
잡스런 나로 만들어 가는데도
질질 끌려가는 나만
댕그라니 내 팽개쳐져 있습니다.
저 눈 내리는 산야(山野)가
속되어 어지러운 건
아마도 눈처럼 흰백의 가슴이 어디론가 망실(亡失)되었기 때문일 겁니다.
오르지도 못했고
가지도 못했으며
더더욱
내려놓지도 못했습니다.
눈 오는 산하(山河)가 덧없는 타인(他人) 같습니다.
지금
눈이 내리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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