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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3-11-12 조회수 : 2,889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82

한바위 골에서 182

 

-- 야래화

 

베란다 척박한 땅

- 볼 것 있느냐고

자꾸 밖으로만 내다보려는데

키만 커간다고

그만 싹 뚝 목이 잘려버린 야래화

목이 잘린 처참한 모습이라서

아내는 물병에 꽂아 놓았는데

그래도 그래도 꽃이 피었습니다.

 

꽃이야 언제든 피어있건만

오직 껌껌한 밤이 되어야만 향기를 내뿜어

야래향(夜來香)이라지요.

어쩌다

햇볕도 달빛도 없는

야밤에 진한 향기를 내어

무엇을 애달도록 기다리는지

나비도 없고 벌도 없어

그래서 더더욱 향기만 진해

어지럽도록 가득 채워 놓건만

오직

갈 데도 없고 반길 곳도 없는

나 홀로 남겨져

길어서 긴긴 밤

취하고 취해서 바라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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