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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3-09-29 | 조회수 : 3,237 |
한바위 골에서 174
◆ 그곳에 가고 싶다
배롱나무 지들끼리만 피었다고
탓하는 건 아닙니다.
화려하게 큰 모습으로 피었던 장미
분수 모르고 피어났던 어느 여름날
산들바람에 그만 고개 부러져
대롱대롱 매달린 장미
처참한 장미여서만도 아닙니다.
여름날 무력함으로 꺾인 의지를 탓하여
스스로를 책하는 것도 아닌데
이 사람은 찾아와 이렇다 하고
저 사람은 이유도 없이 호통만 치고 갑니다.
해도 해도 끝없는 일들
어느 길에 서 있는지를
그만
미로에 빠져버린 중년
허우적거려도 점점 침잠해 가기만 합니다.
애써 찾으려던 위안은 점점 멀어져 가는데
만지작거리던 익숙한 삶
오히려 그로 인해 위안이 됩니다.
몸부림 쳐보아야 그곳이 그곳인 것을
거슬러 거슬러 얕은 계곡으로 오르는 연어들처럼
심심산천 사람 떠난 계곡에 버려진 체
지들끼리 피어있는 배롱나무 꽃처럼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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