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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3-09-29 조회수 : 2,667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74 - 그곳에 가고 싶다

한바위 골에서 174

 

◆ 그곳에 가고 싶다

 

배롱나무 지들끼리만 피었다고

탓하는 건 아닙니다.

화려하게 큰 모습으로 피었던 장미

분수 모르고 피어났던 어느 여름날

산들바람에 그만 고개 부러져

대롱대롱 매달린 장미

처참한 장미여서만도 아닙니다.

여름날 무력함으로 꺾인 의지를 탓하여

스스로를 책하는 것도 아닌데

이 사람은 찾아와 이렇다 하고

저 사람은 이유도 없이 호통만 치고 갑니다.

해도 해도 끝없는 일들

어느 길에 서 있는지를

그만

미로에 빠져버린 중년

허우적거려도 점점 침잠해 가기만 합니다.

 

애써 찾으려던 위안은 점점 멀어져 가는데

만지작거리던 익숙한 삶

오히려 그로 인해 위안이 됩니다.

몸부림 쳐보아야 그곳이 그곳인 것을

거슬러 거슬러 얕은 계곡으로 오르는 연어들처럼

심심산천 사람 떠난 계곡에 버려진 체

지들끼리 피어있는 배롱나무 꽃처럼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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