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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3-08-07 조회수 : 3,272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72

한바위 골에서 172

 

채송화도 아닌 것이

맨드라미도 아닌 것이

8월의 긴긴 여름날 띄약볕을 머리에 이고서

7월에 피어서 9월이 지나도록

배롱나무는 붉은 꽃을 매달고 있습니다.

 

아무도 꽃피어 있지 않은 시월이 될 때까지

어찌 저리도 오래오래

숱한 꽃을 피우고

작열하는 태양 마주 서있는지

그런 배롱나무를 괜스레 바라보는 건

줄기에 들어붙은 매미 허물 때문입니다.

 

매미는 긴긴 세월 땅 속에서

꿈을 꿉니다.

하늘 펼쳐진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십년을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세상으로 나오자 허물을 벗습니다.

딱 일주일을 위해 허물을 벗는 것 이지요.

허물을 벗는 건 새로 태어남입니다.

이제까지의 갖가지

오물로부터 자신을 벗어내는 것입니다.

 

험난한 세월

긴긴 겨울 그 엄혹한 추위를 견디고

남들 다 꽃 피고 진 7월이 되어서야

숱하게 많은 꽃을 매달고

이 더운 여름날 100일을 견디어갑니다.

가을이 되면 씨앗이 될 테지요.

허물을 벗은 매미는

종일

울어대며 짝을 찾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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