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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3-07-16 조회수 : 2,791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70 --우유배달부의 벽

한바위 골에서 170

 

--우유배달부의 벽--

 

꽃이 진 단풍나무

씨방만 주렁주렁 매달린 그늘 아래

딱딱한 빵과 미지근해진 우유로

때 늦은 아침 식사가 맛있을 리 없는 대낮

우유배달부 아주머니의 눈앞에

지렁이가 땅속을 헤집고 나와

콘크리트 바닥에서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잘못 걸어간 남편의 사업 실패

그리고 힘겨운 삶으로 맺어진 인연

잔주름 드리운 눈빛으로

도로 길바닥 치어죽은 고양이에게로

눈이 머무는 우유배달 여인의 긴 한숨

여름날 서늘한 바람 같습니다.

가무른 들녘에 단비인 저 빗줄기

농부에게 좋았을 저 비가

벽이 됩니다.

우유 잔뜩 실은 전동 리어커

과속 방지턱, 경계석, 계단…

그저 벽, , 벽뿐입니다.

피해갈 수 없는 벽이 있어

잘못 나선 길의 무력함

그래서 둘러맨 무게만 짓눌러 오는

돌아설 수도 없는

억장같은 비만 퍼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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