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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3-03-04 조회수 : 3,423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58

한바위 골에서 158

시절이야 봄날입니다.
때가 봄인지라 좁은 골목길을 돌아 부딪혀온 바람이
싸늘한 체온을  만들어  놓고 갑니다.
담을 넘은 봄날은 분명 눈앞을 어지럽히니
꽃 피던 아련한 추억이
잠시  머물다 갑니다
무심코 나선 거리엔
지난해
떨어져 쌓인 낙엽은 간데없는데
초등생 남자  아이도
단발에 교복 입은 여중생도
흐트러질 것 같지 않은 핸드폰에 맺힌 눈은
꿈을 잃어갑니다
여전히 하늘은 맑고
도로엔  자동차가
그처럼
위험스레 바삐 달리는데 말입니다
그런 내 뜰에는
언제였는지
재미없이 나누던 실없는 언어와 빈 공간엔
실어증만 가득합니다
말과 말 그래서 봄날 같지 않은 언어의 유희를 만끽하듯
온몸으로 받아내지만
그래도 익숙하치 않은 건
내가 마주한 삶의 터전이
눅눅치 않은 탓입니다
어수선한 강의실에 앉아
정신을 가다듬으려는 뇌리 언저리에
천리를 달리는 사념에 그 끝
스르르 잠만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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