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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3-02-27 | 조회수 : 3,297 |
한바위 골에서 156
<눈오던 날>
한 밤
어둠을 가르고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온 세상을 온통 흰 옷으로 갈아입히는
거룩한 의식이 화려하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서러움도
슬픔도
고통도
모두 다 덮어서
더럽혀진 세상 다 깨끗해지라고
펑펑 쏟아지는 것이겠지요
눈 오니
근심만 어둠처럼 한없는 공간을 채우고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과 부산함만
눈처럼 쌓이고 있습니다
등에 지고 가는 삶이
가볍지 않는 탓에
또
이 새벽
털고 일어나
눈 속을 걷습니다
아! 이 눈
원망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이 눈 속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홀로라도
눈 맞으며
행복해서 가슴을 활짝 펴고
다 안을 듯
웃으며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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