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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3-02-27 조회수 : 3,298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56 --눈오던 날

한바위 골에서 156

    <눈오던 날>
 

한 밤

어둠을 가르고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온 세상을 온통 흰 옷으로 갈아입히는

거룩한 의식이 화려하게 시작되고 있습니다

서러움도

슬픔도

고통도

모두 다 덮어서

더럽혀진 세상 다 깨끗해지라고

펑펑 쏟아지는 것이겠지요

눈 오니

근심만 어둠처럼 한없는 공간을 채우고

어찌할 수 없는 무력함과 부산함만

눈처럼 쌓이고 있습니다

 

등에 지고 가는 삶이

가볍지 않는 탓에

이 새벽

털고 일어나

눈 속을 걷습니다

아! 이 눈

원망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이 눈 속을 걷고 싶습니다

그냥 홀로라도

눈 맞으며

행복해서 가슴을 활짝 펴고

다 안을 듯

웃으며 걷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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