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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3-02-18 | 조회수 : 3,279 |
한바위 골에서 155
또 비가 옵니다
어제는 안개가 눈을 어지럽히더니
오늘은 비가 길을 가로 막습니다
의도하지 않는 일들이 뜻하지 않게 오듯
평범할 것 같은 겨울
철없는 비가 봄같이 내리고 있어
우산을 받쳐 들고 나선 길에
누군가를 찾건만
가슴에 담아 둔 이들을 간데없고
낯선 사람들만 걸음을 막습니다
애써 내 자리는 어딜까 하고 두리번거리며 찾지만
부자유스런 내 책상이 왠지 흐트러진 정물화 같은 건
아마도 비가 오니 갈 곳을 찾지 못해서 일 것입니다
이 비 그치면 봄이 오겠지요
아마 올 것입니다
싹이 나고 꽃도 피겠지요
그럼
비도 그치고 안개도 사라질 테지요
이 비 그치고 안개도 사라지면
‘무얼 해야지’ 하고
종일 비처럼 내리고 또 내리고 있습니다
빠른 템포에 음악이라도 흐르면
나를 춤추게 하고
느린 템포의 음악이 흐르면
긴 호흡
숨 한번으로 잠이 들 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왠지 무언가가 그리운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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