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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3-01-16 조회수 : 3,240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51

한바위 골에서 151

 

언제나처럼 사무실을 나와 다리가 불편해 절름거리는 상가 청소 아주머니를 비켜 걸었다.

청소 아주머니는 끙끙거리며 빗자루를 밀어 쓸고 있는데 다리가 불편하다는 사실이 부자유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그래도 그녀는 흥얼거리며 일한다.

모순의 바람이 순간 일었다 사라진다.

쪽문을 지나 얼마 가지 않아서 효도 의자를 밀고 가는 노인이 움직이지 않는 아무렇게나 매달린 팔이 무겁게 흔들린다.

날은 겨울이라 몹시 추운데 따뜻한 실내를 밀어내고 밖으로 나온 노인이다.

점점 표정이 이글어지는 신음 속에 무표정한 얼굴로 살고자 한다.

내가 지금 길을 걷는 것은 저 노인과 다를 것이 없다.

지금처럼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팔이라도 계속 걸으면 자유가 올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거나 막막한 답답함을 피해보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뇌출혈이 그를 핍박해도 말이다.

계단을 걸어 옥상에 올랐다. 그곳에서는 아래를 볼 수가 있다. 사람이 지나가고 자동차가 지나가고 바람도 지나간다.

매일 옥상에 올라와야 할 것 같아 올라왔지만 그래야 하는 걸까?

분명 이유가 있을 법한데 무언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걸까?

길을 잘못 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불현 듯 떠올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는데 그만 아무것도 생각나질 않는 것이다.

왜 내가 이 길에 서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무런 기억도 없고 맞은편이 보이지 않은 하얗고, 진공의 무공간이 되어버렸다.

아무리 흔들고 걸어도 무게가 없고, 아무런 느낌이 없다.

뒤를 돌아보았을 뿐인데 말이다.

갑자기 하늘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옥상에서 내려오면 인사를 한다.

반갑게 인사를 한다.

안녕 하세요라고 말이다.

표정도 없고 말도 없는 그가, 무게도 없고 온기도 없이 하고 짧게 답하는데 마치 몇 개월 전부터 행인의 발에 밟힌 낙엽 같다.

쌓일 것 같지 않은 눈이 날리던 인적 없는 오후에 또 싸이렌 소리가 질주한다.

아마도 그 노인이거나 청소 아주머니의 비명 일게다.

머리칼을 움켜쥐고 부들거리는 오후에 저 노을이 지면 또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

내 자리로 가야한다.

정리되진 않았어도 기다리는 자리로 가야한다.

그곳에서 내 의미를 찾을지도 모를 일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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