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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2-10-23 | 조회수 : 3,244 |
한바위 골에서 137
== 수학여행
소년은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될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구불구불 긴 돌담길을 따라 학교로 갑니다
같은 반 아이들은
책가방 대신 여행 가방을 들고
낡은 버스에 오르는데
홀로 교실에 앉은 소년은
운동장에 버스를
이제 막 출발하려는 버스를
남몰래 홈쳐보며 주먹 같은 눈물
눈물이 흐르는지도 모른 체
차라리 저편 바다를 봅니다
지금
건너편 초등학교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간다 합니다
도로변엔 버스가 줄지어 늘어서고
여행 갈 아이들은
가지올 추억을 가득 담을
여행 가방을 손에 들고서
하나 둘 버스에 오릅니다
얼굴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기대감을 품고서
홀로 앉은 교실이 무서워
물래 빠져나온 소년은
바닷가로 갑니다
부산한 포구의 어부들이
집으로 가버린 텅빈 방파제에 앉아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
두고 온 바다건너 저편 고향 소녀들
원망 찬 눈, 가느다란 힘없고 길 잃은 눈으로
식어 터진 보리밥을 먹으면서
종일 수평선을 봅니다
이제 막
저편 초등학교엔
버스가 출발합니다
가을 들녘
파아란 하늘
미지에 세계
새겨 둘 추억이 있는
저편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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