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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2-10-19 | 조회수 : 3,214 |
한바위 골에서 136
== 마주한 초상화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있었던가
앞 뒤 분간 없이 달려가다가
난간에 홀로 있음을 깨닫는다
주어 담을 수 없는 삶
흐릿한 안개만 가득한 삶
그런 내 삶을 부여안고
한참 넋을 놓아버렸다
덧나고 쓰라린 후회의 빛
껌껌한 나락에서
나는 또 몸부림쳐야겠다
홀로
홀로이어야 함을
또 망각한 체
사람 앞에 서서
광대처럼 춤추는 것이
내 길이라 여기던 내가
한없는 하강을
떨리는 가슴, 지끈거리는 혼
몸부림치듯 또 주저앉으며
그래도 걷어야 한다는 것
가증스런 나를 발견하며
그냥 웃어버렸다
작고 초라하다는 사실
돌처럼 단단한 그 진리를
마알간 하늘만 같은 그 진실을
그래서 그냥 돌아앉아
가볍고 헐렁한 초상화를 앞에 두고
그래서 싫다
그래서 밉다
내려다보지는 말자
올려다보는 거다
그렇게 빌려 입는 듯 불편한 나를 그리지는 말자
벌거벗어 허름해도
보잘것없어 추해도
마주볼 수 있는 나
나를 그려나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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