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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2-09-19 | 조회수 : 3,371 |
한바위 골에서 131
--삶에 불
구름은 높아 바라다본 하늘
하늘은 맑았습니다
괜스레
항상 같은 산이라 부러워집니다
하늘도 그렇거니와
대지도 별다른 변화가 없어 보이는 건
아마도
가슴에 안은 불 때문일 겁니다
어제
치워버린 쓰레기 더미 아래 흙 속에는
개미가 살았드랬는데
쓰레기 치우는 바람에 그만
개미에겐 평생 지어 놓은 집
다 망가져 버렸습니다
오늘 보니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그냥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 아래 어디쯤에 더 작은 무엇이
제 일이라 여기고
열심히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겝니다
그 아래 그 아래에서도
모두 다 잘들 무사히
그래서
내 가슴엔 불길이 타오릅니다
푸른 하늘에 이끌려 찾은 옥상
옥상에서 보면 여전히 세상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버스는 오고 떠납니다
거리엔 사람들
또 어디론가 걸어오고 갑니다
온갖 미물이 그러한 것처럼 말입니다
내 발
내 손
내 가슴
활활 타오는 불길이 있어
내 혼을 덧없이 태우고 있습니다
아무런 이유도 의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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