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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8-31 조회수 : 3,219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27

한바위 골에서 127

 

비가 오더니

살랑살랑 바람이 봅니다.

어제 그리고 그제는

실음 실음 앓던 장미였는데

오늘은 맑은 하늘아래

꽃향기를 듬뿍 뿌리고 있습니다.

왕자처럼 유리관 씌워주지도 못했고

앙탈에 상처를 주었을까하고 가슴앓이도 하지 못했는데

그 타던 대지에 뿌리내리고

그 덥던 여름날도 이겨내고

흑장미 피어 웃고 있습니다

 

내겐 흑장미 한 송이 있어

눈 오면 눈 온다 하고

추우면 춥다고 합니다

비오면 비 온다 하고

날이 더우면 덥다 합니다

그런 먼 목소리

흑장미 향기로 다가와 좋습니다

 

내가 꽃 피었다 하니

아름답다고 합니다

새가 지저귄다 하니

그립다 합니다

다 노랫소리 같아

감미로와 빙그레 웃습니다

 

비오고 바람 불어 시원한데

앓다가 몸 가볍다하니

안쓰럽고 안타까워

자주 자주 하늘만 봅니다

내가 믿는 하늘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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