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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7-29 조회수 : 3,274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23

한바위 골에서 123

 

== 닭의장풀 꽃 ==

 

하늘 빛 이슬 맺혀도

아름답다하지 않는 건

그 꽃이 닭의장풀이기에 그렇다고

가리키는 손가락 끝

흔들이는 저 꽃

닭의장풀입니다.

 

뽑아도 뽑아도

흙이면 흙이었으니 뿌리내리고

물이면 물이라서 뿌리내리고

그만 허공이면 허공이라도 뿌리 내리는 거랍니다.

! 뿌리 없으니 줄기로라도 타는 목축이고

겨우 생목숨 이어갑니다.

 

닭의장풀

닭의장풀도 목숨 있는 생물인지라

꽃도 피고 씨앗 맺어 긴긴 세월

기어이 이어갑니다.

내버려 두지 않아

딱 두 장 꽃잎에

목이 긴 사슴처럼 꽃술 늘어뜨리고

구걸하듯 긴 여름을 견디고 있습니다.

 

휘청 휘청 지나다

발부리에 걸린 닭의장풀

그래도 한 송이

간신히 피었는데

중간으로 잘려 나간 꽃

처지도 처지이려니와

그 삶 또한 심상치 않아

가던 길 멈추고 하염없이 보았습니다.

나인 양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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