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
상위분류 : 잡필방 | 중위분류 : 뜰에 홑 | 하위분류 : 한바위골에서 |
작성자 : 문시형 | 작성일 : 2012-07-29 | 조회수 : 3,281 |
한바위 골에서 123
== 닭의장풀 꽃 ==
하늘 빛 이슬 맺혀도
아름답다하지 않는 건
그 꽃이 닭의장풀이기에 그렇다고
가리키는 손가락 끝
흔들이는 저 꽃
닭의장풀입니다.
뽑아도 뽑아도
흙이면 흙이었으니 뿌리내리고
물이면 물이라서 뿌리내리고
그만 허공이면 허공이라도 뿌리 내리는 거랍니다.
아! 뿌리 없으니 줄기로라도 타는 목축이고
겨우 생목숨 이어갑니다.
닭의장풀
닭의장풀도 목숨 있는 생물인지라
꽃도 피고 씨앗 맺어 긴긴 세월
기어이 이어갑니다.
내버려 두지 않아
딱 두 장 꽃잎에
목이 긴 사슴처럼 꽃술 늘어뜨리고
구걸하듯 긴 여름을 견디고 있습니다.
휘청 휘청 지나다
발부리에 걸린 닭의장풀
그래도 한 송이
간신히 피었는데
중간으로 잘려 나간 꽃
처지도 처지이려니와
그 삶 또한 심상치 않아
가던 길 멈추고 하염없이 보았습니다.
나인 양 보았습니다.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