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상위분류 : 잡필방 중위분류 : 뜰에 홑 하위분류 : 한바위골에서
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6-18 조회수 : 3,416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13

한바위 골에서 113

 

--개망초2--

 

예쁘게 피려고 널따란 꽃밭에 피었습니다.

곱게 피었으리라 했는데

지기도 전에 허리 잘려 시들어 가는 건

꽃밭에 피었기 때문입니다.

 

장미꽃 황매화

화려히 피더니

이곳저곳 탈도 많아

저만치 비켜섰습니다.

예쁘지는 않아도

씨앗으로 맺어야겠기에

그래도

한껏 피었습니다.

 

가만히 내버려만 주세요!

비오고 해가 가면 말없이 갈 터인데

자꾸만 밀어 내기에

눈길 닫지 않는 아무데나

척박하고 메마른 땅

간신히 뿌리내려

나름 곱게 피었습니다.

 

그곳이 메말라

목이 타들어가도

그곳이 운 없어

비에 흠뻑 젖어 물속에 잠기어도

내버려만 둔다면

모진 목숨

꽃으로 피었습니다.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