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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5-21 조회수 : 3,226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09

한바위 골에서 109

 

- 하늘 그리고 나 그리고 길, 넋두리

 

같은 길

또 같은 길을 스치듯 지나다

저만치 바라본 관악산

험한 바위로 된 삼봉

그 뒤편으로 검푸른 빛 하늘을 보았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햇살은 여름으로만 치다르고

허전하고 가벼운 삶 주섬주섬 등에 지고

같은 길을 터벅터벅 걷는 길가엔

화려했던 이팝나무 그 향연

그 뒤 끝에 뒤틀린 심사만 남았습니다.

 

괜한 심통

중년의 고뇌는 맑은 하늘 같이

그 끝이 없고

바이스의 진혼곡 같은

괜스런 울럼증만 키워갑니다.

 

바람마저 외출한

무더운 대낮 12

점심을 알리는 종이 통화 중 신호음처럼 사무실을 가득 채우기에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또 검푸른 하늘입니다.

힘 빠진 중년의 눈에도

분명 검푸르고 마알간 하늘입니다.

 

검푸른 하늘

길은 하늘로만 이르고

그래서

무심결에 본 검푸른 하늘이었습니다.

일부러

피어 흐드러진 장미꽃 길을 종일 걸으며

그 뒤편 그 끝만 상상하는 내게도

검푸른 하늘은

어찌할 수 없는 하늘입니다.

 

또 하늘만 봅니다.

서있을 수만은 없어서

걷고 걸으며

알 수 없는 길 하늘같은 길을

중년의 막막한 길을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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