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상위분류 : 잡필방 중위분류 : 뜰에 홑 하위분류 : 한바위골에서
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5-10 조회수 : 3,241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08

한바위 골에서 108

 <암 투병중인 여자 동료를 문병하고서> 

 

뉘라서

불덩이 하나

가슴에 안고 살지 않는 사람 있으랴!

그저 맑은 하늘처럼

달래고 추스르고 삭이며

얼른 지나가기를 기원할 뿐…

헤지고 무뎌지면 좀 덜할까 하고

 

그래도

웃고 사는 이도 있고

위로하듯 빙긋 웃는 이도 있고

매양 밝게 웃는 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살아 온 삶이 안타까울 때도 있지요.

 

빈 지갑처럼 가벼운 호흡

하루하루 가느다란 삶으로

무겁디 무건 삶에 무게를 등에 지고서

아등바등 거리는 삶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지친 한 여자에 모습을

우리는 바라보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긴 여정이 있어

가슴에 안은 그 삶에 불덩이

데이고 쓰라려도

희망과 기대랄 수는 없어도

기대와 희망을 품고 걸어야만 하지요.

단지

아프고 슬퍼도

웃는 연습을 한 탓에

아닌 척 걷는 것이지요.

 

또 메마른 대지에

뜨거운 볕이 내리고 있습니다.

내일은 안개가 내리겠지요.

그래도 바람은 불겝니다.

그리고 비가 오면

또 새로운 내일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웃습니다.

그래서 웃을 랍니다.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