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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4-25 조회수 : 3,263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07

한바위 골에서 107

 

오는 듯 마는 듯

봄비가 내리고

살랑살랑 바람이 일더니

간신히 붙들고 있던

꽃잎을

마저

떨구고 있습니다.

 

이제 시작한 여린 잎사귀

비오니 좋겠다! 하고 바라보니

생글생글 함빡 미소 머금은 모습

펼쳐진 미래가

처마 밑으로 숨어든 나그네에겐

말간 하늘만큼이나 부럽습니다.

 

눈처럼 쌓인 벚꽃

아무렇게나 내팽개쳐 딩구는 목련꽃

모두 다

한 세월 비켜간 탓입니다.

또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왔습니다.

강 건너 저편으로 가고 난 골짜기에

얼마 있지 않아

지금처럼 비가 왔지요.

 

시간은 돌아서

또 그곳으로 왔건만

한번 간

그들은 영영 돌아오지 않고

나그네마저 떠난 골짜기엔

저 혼자서

지금

비가 오고 있겠지요.

새마저 떠나고

아무렇게나 자란 풀만 지쳐서

겨운 몸을 뉘이고 있을 겁니다.

 

그때 흐르던 음악은

이제 음률이 아니라 구슬픈 메아리가 되었습니다.

문득

그 선율이 들리어 오면

절절히 바라다보지만

잡힐 것 같지 않은 안개만 묻어옵니다.

 

지금 비가 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창 너머 빗줄기 바라다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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