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상위분류 : 잡필방 중위분류 : 뜰에 홑 하위분류 : 한바위골에서
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4-20 조회수 : 3,340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06

한바위 골에서 106

 

담 너머 아파트엔

이제 30살이 된 집이 있습니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건물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헐어내자고, 다시 짓자고, 불편해도 그냥 살자고, 아니 너는 믿을 수 없다고 …

아낙들은 부녀회를 만들어 말하고, 노인들은 노인회를 만들어 불평하고, 주민대표는 그런 사람들이 미워 고함을 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주먹까지 불끈 쥐고서 말을 합니다.

고함을 질러댑니다.

정작 듣는 사람은 없고, 그나마 귀 기우리는 사람이라곤 치밀어 화내는 사람들입니다.

엉키어 싸우고 싸우더니 억울해 못살겠다고 떠나는 이도 있었고, 법원에 벌을 주라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고소도 했지요.

매양 싸움만 하고 서로 쳐다보지도 않던 그곳 사람들입니다.

그런 담 너머 아파트에 때가 봄인지라, 벚꽃이 피었습니다.

너무나 많이 피어서 함박눈이 쌓인 새벽녘 같아요.

그런 아파트에도 사람들이 웃고 있습니다.

마주보고는 아니어도 꽃을 보고 웃습니다.

꼭 벚꽃처럼 사람들이 웃고 있습니다.

어우러져 웃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꽃이 지고 비오면 또 헝클어져 또 싸울지라도 지금은 벚꽃을 보고 웃습니다.

저도 웃습니다.

꽃을 보고 꽃처럼 웃고 있습니다.

|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