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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4-07 조회수 : 3,260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100

한바위 골에서 100

 

저 햇볕

그 양지녁엔

봄이 여물어 가는데

스산한 바람과 축축 쳐지는 눈가에 어리는 시선

울퉁불퉁 거치러 돌아가는 골목길

묘하게 어우러지는 삭막하고 마른 오후

한시가 지나고 있습니다.

 

햇볕은

뜻 모를 대지에 내리고

바람은 까닭 없이 휘몰아

갈증으로 허덕이는 소나무를 흔들고 갑니다.

 

그래도

의연히 고개를 들던

이름을 알 수 없는 꽃

공연한 바람 끝에 다시 돌아가려는 듯

몸 추스르며 고개를 숙이던 꽃이었는데

오늘은

그만

지고 말았습니다.

피지도 않았는데

 

푸르러 맑은 하늘입니다.

바람은 부드러워

대나무 사이에 봄 내음을 놓고 갑니다.

높다란 소나무 몇 가닥

하늘을 수놓아 아름답습니다.

그래서

슬픈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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