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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3-14 조회수 : 3,258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93

한바위 골에서 93

 

-무념의 공간-

 

찬바람 세차

새싹 그 꿈 접던 날이었는데

밀물처럼 밀려 온 봄

봄은 대지를 감싸고 있습니다.

썰물이 된 바다로 갔더니

아는 이 없고

그저 바람만 불기에

계곡으로 가니 아무도 없어

홀로 오솔길 걸을 것을 상상했습니다.

 

이제 싹틔우는 봄

아는가?

그 봄은 어김없이 다가와

얼었던 계곡에 물이 흐르고

새겨둔 정원에 꽃이 피어 날거야! 하고

또 끝이 없는 미로 같은 셈법에

그만 되돌아옵니다.

 

가도 길이 없고

돌아갈 길도 없어

그냥 걷는 것

붙들고 처연히 처량히

손짓만 하는 것이라고

왜 이리 이유 없는 사유 끝

점점 날만 세울까?

 

오늘은 맑은 봄날

구름도 없고 바람도 없고

날리는 낙엽도 없습니다.

그냥 한 켠에 티 없고 말 없는 천사

그 입김만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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