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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2-20 조회수 : 3,361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88

한바위 골에서 88

 

한 낮

뜨거운 여름날에도

찬바람 눈발 날리는 날에도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 든 날에도

오솔길은 꽃이 피어 있었지요.

 

빛바랜 달력

달력이 숱한 나날을

희미한 추억으로

이제는

그리움만 가득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오겠지요.

또 꽃 피우려고요.

 

아무런 인연도 없이

그냥 그 길을

서로 서로 의미 없는 이야기

그래도 재미있어 헤헤거리며

그때는 꽃이 핀 오솔길을 걸었지요.

허망한 꿈을 꾸면서요.

 

또 봄이 옵니다.

오솔길에 꽃이 피겠지요.

아름다운 꽃이 피겠지요.

저 혼자서 헤어벌레 피어서

모두가 가버린 오솔길을 가득 채우겠지요.

오간 이야기 편린

빛바래 가물거리는 노래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내겐 또렷한 노래입니다.

잊을 수 없는 아련한 고향땅

불그레한 볼 같은

가슴 두근거리는 추억입니다.

언제든 달려가면

꽃이 핀 봄날입니다.

눈물 나도록 부드러운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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