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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2-02-14 조회수 : 3,358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87

한바위 골에서 87

 

엉키고 설키더니

이제 찢고 뜯기는 세상

그런 대지에

찬 기운으로 살벌한 대지에

아무 일 없는 듯

맑은 하늘에

따스한 바람

따스한 햇볕이

살포시 내리고 있습니다.

 

수리산을 보니

안개가 내리더이다.

관악산을 보니 저편으로

이제 막

태양이 기지개를 켜더이다.

막 출발한 정류장의 버스

일곱 번째 같은 버스가 떠나고

여덟 번째 같은 버스가 도착합니다.

커다란 하늘 품에 안긴 난

쪼그리고 앉아 식상한 그림을

그런 그림을 봅니다.

 

생활은 엉키어 풀릴 기미도 없어

흥미 없는 뒤척임만

소리 없이 내려앉은 내 대지에

눈 사이로 피어난 여린 싹 같은 천사가 있어

난 꽃처럼 웃습니다.

마알간 하늘같은 천사가 있어

난 또 꽃같이 웃습니다.

따스한 햇볕 따스한 봄바람 같은 천사가 있어

난 꽃이 됩니다.

천사가 있어

난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나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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