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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09-06 조회수 : 3,294
제 목 : 한바위 골에서 57

한바위 골에서 57

 

너무나도 맑아서

무서워지도록 파란 하늘이었습니다.

 

서늘한 바람에

하늘하늘 나부끼는 플라타너스 나뭇잎

무거워 쳐진 그 나뭇잎

긴 장마를 지나쳐 왔듯

오늘도 힘없이 손 흔들 듯

흔들리고 있기에

삶 인양 바라보았습니다.

 

우거지상으로 찌푸린 구름 사이로

흘러내린 더위만

가을의 단맛을 들도록 하건만

갈 길을 재촉하는 듯

나를 채근합니다.

 

신은

그래도 가을을 주어

나를 이끌어 갑니다.

가라고

가라고

그래도 가라고

맑은 하늘과 구름에 덮인 더위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어도

무거워진 난

더디게

더디게

가고 있습니다.

가을 끝도 아니요

상그릴라도 아닙니다.

그래도

가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맑아서

무서워지도록 파란 하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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