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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문시형 작성일 : 2011-08-09 조회수 : 3,277
제 목 : 한바위골에서 48

한바위골에서 48

 

물어뜯는 이가 있으니

물리고 뜯긴 이가 있다.

폭풍 휩쓸고 간 계곡엔

모두가 숨소리만 고를 뿐

아무도 없는 듯 고요한 건

그래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쓸고 간 자리에

나무는 그대로요.

꽃도 예전처럼 피었고

새는 짝을 찾는다.

그들엔 간직한 기억이 없기에

남겨둔 상처도 없다.

뒤 산 소나무

오솔길에 개망초

건너편에 산벚나무

꽃피고 또 꽃을 피운다.

 

할퀴고 간 지난 밤

폭풍우에 상처 난 기억

남겨진 흔적에

오늘 그들은 또

부릅뜬 눈으로

꿈을 꾼다, 꽃이 아니라

흐트러진 광장을…….

 

꽃은

또 길가에 무어라 건

제멋에 피었다 진다.

나무는 살맛나는 듯

바람을 희롱하고

벌은 꽃을 찾아

유혹에 몸을 맡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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